감각과 시선으로서의 사진
오랫동안 풍경을 사진에 담아왔다. 무엇을 찍을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그 앞에 나 자신이 어떻게 머물 것인가에 더 관심이 있었다. 사진작업을 오래 해오면서 대상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감각과 시선이 작업을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Bloom은 여러 해 동안 진달래가 피는 장소를 찾아다니며 이어온 작업이다. 처음부터 특별한 의미를 두고 진달래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꽃잎이 빛을 받아들이고 머금는 방식이 눈에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주목하게 되었다. 이내 반투명한 꽃잎을 매개로 눈앞에서 지각되는 빛과 형태의 흔적을 사진 안에서 어떻게 다시 구성할 것인가를 모색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울 것인지를 가늠하며, 그 순간의 시각적 경험을 사진에 담고자 했다.
Boundary of Senses는 습지와 호수, 계곡 등에서 이어온 작업이다. 물과 땅, 수면과 반영, 가까운 것과 먼 것이 한 화면 안에서 만나면서 공간의 경계가 잠시 모호해지는 때가 있다. 나는 그러한 장소에서 눈앞의 공간이 잠시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에 주목했다. 풍경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살갗에 닿는 바람과 온도, 습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처럼 눈으로 포괄되지 않는 감각들이 하나의 장면에 함께 묻어난다.
두 작업의 대상과 계절은 다르지만 작업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장면을 미리 정해두기보다 그곳을 걷고 머물면서 빛의 감각과 시선의 변화에 반응한다. 때로는 역광 속에서 형태가 희미해지고, 때로는 초점 밖의 공간이 화면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중심보다 주변에, 명확한 형태보다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관계에 시선이 머문다.
같은 장소를 다시 찾더라도 같은 풍경을 만나기는 어렵다. 빛과 계절이 달라지고, 그곳을 바라보는 나의 감각도 조금씩 달라진다. Bloom과 Boundary of Senses는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시작되었지만, 무엇을 보고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되묻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왔다.
사진을 찍는 일은 내게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라기보다 계속 보고, 머물고, 다시 바라보는 일에 가깝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이어져온 두 작업을 한자리에서 마주해보는 자리다.